요즘 내 취미 중 하나는 아들과 하는 야구다.
스폰지 공으로 집 안에서 하던 야구가
점점 발전을 거듭해서
이제는 가죽 글러브를 끼고
꽤 딱딱한 연식 야구공을 주고 받는 캐치볼로 진화했다.
아들이 투수를 하고 내가 포수를 하는데
10여 미터의 거리에서 스트라이크를 곧잘 던진다.
(유소년 야구에서 투수와 포수의 거리, 즉 투수 플레이트와 홈플레이트의 거리는 14.02m 라고 한다.)
컨트롤이 잘 된 날은 집에 가서 지 엄마를 붙잡고 무용담을 한바탕 늘어놓는다. ㅋ
지금 사용하는 장비는 글러브 두개와 연식 야구공이다.
두 당근마켓에서 단돈 4만 3천원에 구했다.
내 글러브는 윌슨, 아들 것은 아디다스 브랜드다.
소가죽 글러브라 그런지 제대로 공이 들어오면
펑펑 소리가 나면서 꽤 손맛이 좋다.
아들 글러브를 당근 거래했을 때는 조금 부끄러운 기억도 있다.
사진으로 상당히 좋아보였던 글러브를 발견했고
실사용 없는 글러브라는 상품설명에 신이 나서 거래를 나갔다.
그런데 막상 물건을 보니 꽤 닳아 있는 듯해서
물건을 가지고 나온 분에게 조금 따졌드랬다.
실사용 없다 하셨는데 사용을 좀 하신 것 같다고
상품설명과 물건의 상태가 너무 다르지 않냐고
가격을 더 조정해 주셔야 할 것 같다고
그런데... 전혀 그럴 의도가 없으셨겠지만
그 분의 대답이 나를 조금 더 황당하게 했다.
글을 쓴 사람은 다른 사람이며 자기는 그냥 심부름 나온거라고 하셨고
정 그러시면 거래 안하는게 어떠냐고 덧 붙이셨다.
어... 시간 쪼개서 왕십리에서부터 여기까지 30분을 차 몰고 왔는데 그냥 가라구요?
라고 대꾸했지만 거기서 더 따지면 정말 서로 얼굴 붉히게 될 것 같아
평정심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거래를 마무리했다.
.
.
.
.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자연스레 진정이 되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
"실사용 없다"라는 상품 설명을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리고 자의적으로 새상품이라고 해석했었던게 아닌가 싶었다.
사용하지 않았지만 가죽제품은 보관을 오래하면 일부분이 바랠 수도 있다.
아니면... 실제 야외에서 사용하지 않았지만 실내에서 손에 끼고 놀아서 손 때가 탔을 수도 있다.
문득 내가 기대에 들떠 판매자 분에게 예민하게 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적으로는 저렴한 가격에 괜찮은 상태의 가죽 글러브를 구했으니 나로서는 좋은 거래를 한 셈이었고
시간을 쪼개 거래장소로 나오신 판매자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졌어야 했다.
그런 분에게 설명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따지고 들었던 내가 부끄러웠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사과의 메시지를 보내 드렸고 다행스럽게도 판매자 분은 수긍의 답장을 해주셨다.
추가적인 부연 설명을 더 하고 싶었지만 다른 오해가 있을까봐
그 쯤에서 마무리를 했다.
당근마켓은 새상품이 거래되는 온라인 쇼핑몰이 아니다.
일반인들, 즉 아마츄어들이 모여
자신에게 필요하지 않은 중고품이나 새상품에 가까운 물건들을 저렴하게 거래하는 장소다.
그러니 나처럼... 너무 큰 기대로 행복한 당근거래를 망치지 마시길.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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