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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마켓 거래방법

당근마켓 거래방법. 아버지 뻘 어르신과 기분 좋은 중고폰 거래!

by Eddy's life 2022.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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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이거 예감이 너무 않좋은데. 이걸 내가 나가야돼?

 

집 현관문을 들어오면서 내 입에서 터져나온 탄식에 와이프가 놀라 물었다. 

뭔 일 있어요?

 

아... 별건 아니고! 며칠 전에 폰 올려놓은거... 누가 사겠다고 하는데... 엄청 귀찮게 해요. 지금 바로 온데요. 

와이프 놀랄까봐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숨을 돌린 후, 시계를 바라 보았다.

저녁 7시 25분이었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바로 이쪽으로 오겠다"는 구매자의 메시지를 받고 부랴부랴 집으로 들어오는 것이었고  허둥지둥 옷을 갈아입으면서 와이프에게 말했다.

나... 지금 이 사람... 온데서 바로 나가봐야 되요. 저어기... 배고픈데... 우유 한잔만 줘요.

 

우유 마시면서 가만히 생각하니 또 화가 났다.

낮에는 분명 저녁 9시에 만나기로 해놓고... 갑자기 7시 40분까지 오겠다고? 

아이... 이 사람 좀 이상한데. 질문은 엄청 많고 말이야. 

 

중고폰 거래에 걸맞게 판매글을 상당히 공들여서 작성했고 사진도 엄청 꼼꼼하게 찍어 올렸는데 웬 질문이 이렇게 많아?

 

메시지에 오타도 엄청 많고...

답변 적고 있는데 계속 다른 질문 또 해오고...

답변 조금이라도 늦으면 답장달라고 재촉하고.

 

만나기로 한 전철역이 몇 호선인지 물어보지를 않나...

배터리 수명을 체크해서 보내 달라지 않나.

5만원짜리 중고폰 거래하는데 뜬금 없이 부속품과 충전기를 챙겨달라는건 또 뭔데?

그게 포함이었으면 진즉에 판매글에 적고 사진도 올렸지.

 

솔직히 구매자의 매너온도가 40도 이상이고 거래내역도 꽤 있는 것 같아 계속 응대했지... 아니었으면 어떻게든 구실을 만들어 거래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찌되었건 약속은 약속이니 내가 나간다. 에효"라고 투덜대면서도 난 서랍을 뒤져 폰을 살 때 받았던 박스와 무료 투명 케이스를 챙겼다.

그리고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는 와이프한테 또 외쳤다.

쇼핑백 하나만 줘요. 며칠 전에 어디서 받은 그... 괜찮은거 하나 있잖아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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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이거 당근하면서 처음으로 얼굴 붉히는거 아닌지 모르겠네. 이상한 트집잡으면 또 어쩌지?

불안해 하면서 약속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만나기로한 장소는 경의중앙선, 한 전철역의 개찰구 앞.

이 역의 개찰구는 딱 하나인데 오십개 정도의 계단을 올라가면 바로 나타난다.  

계단을 올라가면서 생각했다. "이 나이에 무서울게 없지 머. 진상이면 확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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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다 오르니... 아무도 없는 개찰구에 딱! 한사람이 개찰구 앞에 서 있다.

경의중앙선 전철은 차편이 띄엄띄엄 있어서... 플랫폼에 열차가 들어온 시간이 아니면 개찰구에 개미 한마리 없다.   

 

뒤돌아 있어서 멀리에서는 잘 몰랐는데... 가까이 가면 갈 수록 그 분의 작은 어깨가 보이고 그 위 뒤통수에는 백발이 성성했다. 

 

그리고, 인기척을 느끼셨는지 돌아 보시며 내게 말했다.

당근이세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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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제서야 오해가 다 풀렸다. 

안도와 함께 다가가며 무의식적으로 혼잣말이 너무 크게 튀어 나왔다. "아이고! 지긋하신 분이시네" 

들으셨는지 웃으며 말씀하셨다. "내가 칠십이 넘었어요"

 

 

이 때부터는 난 친절 모드로 자동 전환되었다. 

이 추운 날 여기까지 오시게 한 것도 슬쩍 죄스러웠고... 

또 칠십이 넘은 나이에 당근마켓을 통해서 중고폰을 사러 오신 어르신이 솔직히... 기특했다. ㅋ 

 

자연스레 그 분 옆에 놓인 벤치 의자 위에다 가지고 온 꾸러미를 풀고 그 앞에 쭈그려 앉아 설명을 시작했다.

요즘은 안 그러는 것 같던데... 예전의 패밀리레스토랑 서빙 크루가 주문받는 폼이었다. 

 

 

시시콜콜 그 분이 메시지로 궁금해 하시던 것들을 폰을 조작해가며 차례대로 설명드렸다. 

 

후면 카메라에 어떤 문제가 있고 어떻게 하면 잘 찍히는지... (카메라에 작은 문제가 있어 싸게 내놓았다)

배터리의 수명은 어느 정도인지

공장초기화와 구글계정삭제는 증거 화면을 일일이 보여드리며 설명드렸다. 

 

갤럭시 설정에 들어가면 배터리 상태를 어느 정도는 알 수 있다. 더 정확히 알려면 삼성멤버스 앱을 사용하면 된다.

 

한참을 설명드리니 "아이고 왜 쭈그리고 앉아요. 여기 올라 앉지" 하셨다. 

난 히죽 웃으며 "괜찮아요" 말씀 드리고는 궁금해 하시는 것들에 대한 설명을 계속했다. 

 

통신사가 동일하기 때문에 예전 USIM은 바로 끼우시면 쓸 수 있다는 것.

저장된 데이터의 이동과 복구는 대리점에 가서 어떻게 이야기하시라는 것과..

유튜브를 많이 쓰시면(하루 두시간 정도 보신단다.) 중고폰이기 때문에 폰 거치식 보조 배터리를 사서 끼워 쓰시는게 좋으실거고 당근에서 얼마 정도 할 거라는 이야기..

 

그리고 폰 박스와 투명 케이스, 간편 매뉴얼을 챙겨 드리면서 말씀 드렸다. 

"선생님... 요즘 사람들은 대부분 핸드폰 부속품이나 충전기를 따로 사고 팔아요.

중고폰 거래에서 그걸 챙겨 드리기는 좀 어렵습니다." 했더니...    

"에이그! 그건 내 욕심이지"하며 웃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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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래를 마치고 전철역 계단을 내려오면서 바로 와이프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거래 잘 했고. 나이가 지긋하신 분이네. 응응, 그래서 그랬나봐. 하하하~~ 네, 금방 들어갈게요."

나는 걸어서 5분이면 도착하는 집에 굳이 전화를 걸어 거래의 성공을 알렸다.

내가 꽤 기분이 좋았나 보다. 

 

집 앞에 도착하니 어르신이 보내신 따뜻한 후기가 도착했다. 

나는 아직 보내지도 않았는데... 정말 대단하시다. 

 

따뜻한 당근마켓 후기

 

잘 들어가셨으면 좋겠고 폰 오래 오래 잘 사용하셨으면 좋겠다. 

또 건강하시고 지금의 그 총기() 오래오래 유지하시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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