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굽는 돼지고기 메뉴로 미슐랭가이드에 등재된 식당이 우리 동네에 있다고. 그것도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 연속으로 등재라니. 그게 가능한가? ㅎ 오늘은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식구들 모두 늦잠을 자는 바람에 어제 밤 세웠던 알찬 계획들은 모두 무너졌다. 그래도 특별한 날이니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동안 벼르고 별렀던 약수동 금돼지식당 오픈런을 감행했는데... 그 와중에 경험한 금돼지식당의 예약 방법, 주차, 웨이팅, 음식 맛 등등에 대해서 공유하고 싶은 것들이 좀 있다. 그럼 지금부터 금돼지식당 솔직 후기 포스팅을 시작한다.
1. 금돼지식당 위치
금돼지식당은 3호선 약수역과 5호선 청구역 사이에 있다. 거의 정확하게 중간이라 약수역에서 걸어 와도 5분, 청구역에서 걸어 와도 5분에서 10분 정도 걸린다. 편한 방법을 골라 방문하시면 되겠다. 대로 변에 있기 때문에 찾기는 아주 쉽다.
2. 금돼지식당 예약 방법
금돼지식당 예약에 대해서는 할 말이 좀 있다. 정말 불편하기 짝이 없는 예약 시스템을 운영 중인 듯.
일단, 가게로 전화하는 방법으로는 예약이 불가능하다. ㅎㅎ
대신 에그다이닝이라는 어플로 예약이 가능한데... 이것도 월 9,900원을 지불한 에그다이닝 유료 회원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운영된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면... 무료 회원들에게는 한 달에 한번, 특정 날짜와 시간(보통 말일, 11시)을 정해 예약이 오픈된다. 반면 유료회원들에게는 하루 전날 11시부터 예약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 흠흠... 자본주의 사회에서 유료 회원들이 대우받는 것은 당연하다 할 수 있겠지만 나는 이런 방식 자체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ㅋ 시도하다가 치워 버렸다.
잠시 후 설명하겠지만 오픈런이 백배 낫다. 주말이던 평일이던 오전 10시 경에 방문해서 대기번호를 받는 방식. 주변 카페에서 커피 한잔하며 기다리다가 입장하면 된다.
3. 금돼지식당 주차
금돼지식당은 주차도 상당히 불편하다. 일단 자체 주차장이 아예 없다.
식당 바로 뒤에 문화 공영 주차장이라는 곳이 있긴 한데... 자리가 없다. 주말과 공휴일은 무료 개방이라고 해서 설레는 마음을 안고 갔더니... 월주차가 대부분이고 개방되는 자리는 고작 여덟 자리 뿐. 이미 동네 터줏대감들이 모두 차지했다.
듣자하니 청구역 앞 청구 공영주차장이 한결 낫다고 한다. 방문하실 분들은 참고하시라.
4. 금돼지식당 오픈런 성공
금돼지식당은 언제 방문하던 간에 최소 1시간 반 웨이팅이 당연한 것으로 소문 난 집이다. 그런데 나는 오늘, 그것도 크리스마스 날 금돼지식당 오픈런에 성공했다.
이리저리 검색해보니 금돼지식당 캐치테이블이 오픈되는 시간은 오전 10시. 그리고 가게 오픈 시간은 11시 30분이다.
크리스마스 이브 날 밤, 많은 사람들이 늦게까지 놀고 25일 아침에는 늦잠을 잘 것 같았기에... 아침에 일찍 가서 캐치테이블 웨이팅에 등록하면 가게 오픈 시간에 입장할 수 있겠다 싶었다. 머... 그것이 실패하면 12시 반 정도에는 충분히 입장할 수 있으리라는 계산이었는데... 오전 10시 금돼지시기당에 가서 캐치테이블을 등록하니 와우, 대기번호가 13번이다. 하하하.
대기번호를 받은 후, 집에서 준비 중인 아이들을 픽업하러 다시 집으로 갔다가 버스(7212번)를 타고 금돼지식당에 도착하니 시간은 오전 11시. 수많은 미식가들, 소문 듣고 찾아온 외국인들과 함께 가게 앞에 서 있는데... 11시 30분이 되자 직원이 나와 번호를 부르다가 마침내 13번 손님을 찾는다. 오픈런 성공이다. ㅋ
5. 금돼지식당 고기맛
아래 사진은 금돼지식당 오픈런에 성공한 사람들이 분주하게 자리를 잡는 모습. 가게는 소담스럽고 아늑하다. 그러나 화려하거나 특별한 인테리어는 전혀 없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돼지고기 구이집이다.
아래는 오픈런 손님들을 위해 미리 세팅된 금돼지식당 기본 상차림이다. 쌈장과 함께 갈치속젓이 놓여 있는 것을 제외하면 역시나 특별한 것은 없다.
아래 사진은 식탁에 놓인 전단지. 감칠맛이 나는 특별한 돼지를 사용하며 120년 전통의 왕실 소금을 사용한다는데... 먹어보니 일반 소금과 달리 많이 짜지 않다.
아래 사진이 바로 특허받은 청결 연탄인 듯. 황화수소(H2S)가 빠졌다는데 검색해보니 황화수소는 무색의 유독 가스란다. ㅎ
아래는 금돼지식당의 메뉴판이다. 언제 다시 오겠냐 싶어서 최대한 많은 메뉴를 주문했다. 본삼겹 2인분, 눈꽃목살 1인분, 등목살 1인분에 김치찌개 하나, 바질 쌈 하나 그리고 하이볼 한잔. 껍데기는 좋아하는 사람이 없으므로 패스다!
아래는 준비된 고기 4인분이다. 신선해 보이는 것이 기대가 된다. 와이프 왈, 금돼지식당은 모든 고기를 직원이 구워 준단다. 직접 하다보면 잘 굽고 있는 것인지 의심도 들고 고기가 타기도 하는데... 그건 참 괜찮다 싶었다.
눈꽃목살과 등목살이 먼저 연탄불 위에 올려졌다. 등목살의 경우, 고기가 얇기 때문에 가장 빨리 먹을 수 있었는데...
앞에 놓인 파절임과 곁들여 먹어도 맛있고 소금만 찍어 먹어도 맛있었다.
두툼한 눈꽃목살은 내 스타일이다. 깎두기 스타일로 잘린 목살을 입에 넣으면 부드러우면서 육즙이 팡팡 터진다.
아래는 본삼겹. 적절히 구워진 삼겹살의 식감이 아주 좋다. 일반 손님이 구우면 이 맛과 식감이 안날 수도 있을 듯.
마지막으로 꼭 소개하고 싶은 부위는 아래 사진의 늑간살이다. 본삼겹 2인분을 주문했을 때부터 나오는 부위라고 하는데 뼈에 붙어 있다. 처음 입에 넣으면 식감이 꼬들꼬들하고 씹으면 씹을 수록 묘하게 부드러워진다. 마치 질 좋은 소갈비살을 먹는 듯한 느낌. 삼겹살이나 목살에서는 느낄 수 없는 식감과 맛이라 방문하실 분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금돼지식당 고기맛을 정리하면... 금돼지식당 메뉴 세가지 본삼겹, 눈꽃목살, 등목살의 맛은 매우 훌륭한 편.
그러나 "1시간 반 이상을 웨이팅해서 다시 먹을만한 의사가 있는가"라고 나에게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No다.
왜? 직업상 여러 사람을 만나고 저녁 자리도 자주하는 나는 비슷한 퀄리티의 돼지고기를 여러 곳에서 맛본 것 같다.
힙지로라 불리는 을지로에서도... 마포 갈비골목에서도... 보라매 공원 앞 맛집에서도. 대부분 금돼지식당처럼 특별히 사육한 돼지의 고기를 사용하고 그 고기를 숙성시켜 손님에게 내 놓는 집들이었다. 그리고 그 집들은 금돼지식당처럼 예약이 불편하거나, 1시간 30분 웨이팅을 해야하거나, 주차장이 아예 없거나 하지 않았다.
나는 금돼지식당의 현관에 붙은 미슐랭가이드 마크를 보면서 생각했다. 금돼지식당의 고기맛은 분명 2019년에는 혁명적이었을 것. 그리고 그 맛을 유지하면서 5년 연속 미슐랭가이드 등재에 성공하지 않았을까 감히 생각해봤다.
하지만 그 이후, 고품질 돼지고기 구이집이 계속 생겨나고 발전을 거듭하면서 금돼지식당 퀄리티에 근접한 고기맛을 다른 곳에서도 경험할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 물론 이것은 개인적인 미각에 기반한 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6. 금돼지식당 김치찌개 바질 쌈 하이볼
나머지 음식들에 대해서도 간단히 언급하자면... 금돼지식당 김치찌개에는 라면을 넣는 것이 좋겠다. 달큰 짭쪼름한 찌개 국물과 라면이 너무 잘 어울린다.
바질은 허브의 일종이라 돼지고기 냄새를 싹 없애준다. 그런데 5천원의 추가 요금을 낼만한 가치를 나는 느끼지 못했다. 그냥 기본 제공되는 쌈에 싸먹어도 충분히 맛있다.
하이볼은 내용물이 무엇인지 전혀 감이 오지 않는다. 얼음과 레몬, 토닉 워터의 맛만 느껴진다. 기름진 돼지고기와는 잘 어울리는데 특징이 조금 없달까?
금돼지식당은 그 명성에 걸맞는 훌륭한 퀄리티의 음식을 내놓는다. 본삼겹, 눈꽃목살, 등목살 등이 모두 훌륭한데 그 중 등목살과 본삼겹에 딸려 나오는 늑간살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반면 예약이 불편하고 웨이팅 시간이 매우 길다. 고품질 숙성 돼지고기를 취급하는 가게들이 많이 생겨난 상황에서 이제는 점진적 개선이 필요하지 않나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전화하면 친절한 직원이 응대하는 금돼지 식당... 며칠 전에는 주말 자리도 전화로 예약할 수 있는 편리한 금돼지식당을 상상해본다. 이상 포스팅 모두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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