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겨울 막내 녀석과 눈사람 만들기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까칠하기 그지 없는 녀석인데 눈만 오면 신이나 영낙없는 열한살 개구장이로 변한다.
베란다를 열고 눈오는게 확인되기만 하면 언제 나갈지... 뭘 입고 나갈지... 장갑이 어디있는지 준비에 분주해진다.
우리가 매년 만드는 눈사람은 "순백이"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눈사람 만들기라고는 하지 않고 늘 순백이를 만든다고 표현한다.
눈사람에 이름을 붙여서 그런지... 나도 은근히 순백이가 정겹다. 역시 어떤 것이든 그냥 보통 명사로 부르는 것 보다는 이름을 지어서 의인화해 놓는 것이 훨씬 가깝게 느껴지는 것 같다.
사실 눈사람 순백이를 만들어 놓으면 며칠 가지 않는다. ㅋ
우리나라의 추위라는 것이 삼한사온을 그 특징으로 하기 때문에 사온의 기간 안에는 영상의 온도일 가능성이 높다.
해서 눈을 뭉쳐서 만든 순백이는 대부분 그 기간 안에 녹아 없어지고 길게 가봐야 일주일을 넘지는 않는다.
보통 순백이는 우리 집 베란다에서 내려다보이는 가로등 옆에 만들어 놓는데...
순백이의 안부가 궁금할 때마다 막내 녀석은 베란다로 나가 장난감 쌍안경으로 순백이 상태를 확인하곤 한다.
그러다가... 녹아 없어졌기라도 하면 "순백아~~"를 외치며 애도하지만 ㅋ
5분을 넘지는 않는다.
재작년 처음 만들었던 순백이는 우리집 베란다에 들여 놨었는데... 비참하게 녹아 없어져 버렸다.
얼떨결에 와이프는 순백이의 잔해를 비짜루로 치우다가 막내 녀석의 눈에 띄는 바람에 순백이를 살해한 장본인으로 몰렸었다. ㅋ
작년에 재건한 순백이는 꽤 귀여웠다.
나뭇가지 눈, 코, 입에 팔도 있었고 마지막에는 모자를 씌워 데코레이션을 했었다.
어제 만든 올해의 순백이는 음... 약간... 킹오브더몬스터, 고질라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눈사람은 원래 머리와 몸통이 모두 동그래야 하는데 하다보니 약간 길쭉하고 뾰족해졌다.
머... 킹오브더몬스터면 어떻고 외계인 스타일이면 어떤가?
막내 녀석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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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바로 오늘. 추웠던 날씨가 많이 풀려버렸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순백이가 놓여진 가로등 옆으로 가보았더니 안타깝게 눈코입은 녹아내리고 목은 반쯤 꺾여 있었다.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을 보면 올라프가 벽난로 옆에서 슬슬 녹아내리는 장면이 있는데 그 때의 올라프 모습이었다. ㅋㅋ
다음 눈을 또 기약해야 할 것 같다.
이제 겨우 12월 중순이니 이번 겨울 눈사람을 만들 기회는 많을 것이다.
순백아, 기다려라. 우리가 또 너를 되살려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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