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저녁. 한옥 처마밑의 툇마루에 걸터 앉아... 후두둑 떨어지는 굵은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전통차를 마셔본 적이 있는가? ㅎㅎ 이번 장성과 고창 여행에서 우연히 만난 한옥카페 경운장! 도심에서는 절대 접할 수 없는 아주 독특하고 신비로운 정취를 지닌 핫 플레이스였기에... 장성이나 고창을 방문하셨다면 꼭 가볼만한곳으로 강력히 추천 드린다.
숲이 보고 싶다는 막내와 함께 떠난 다섯번째 장성 고창 여행. 낮에는 장성치유의숲에 올랐다가 로컬 맛집, 태흥갈비에서 만족스러운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왔더니 하늘에서 꽤 굵은 빗방울이 쏟아진다. 행선지를 빨리 정하지 않으면 우물쭈물하다가 장성숲체원 숙소로 그냥 들어가 잠을 청하는 수밖에 없다. 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TV와 와이파이조차 없는... 정말 치유를 위한 곳이다. ㅎㅎ
그런데 마침! 나의 검색 레이더에 경운장이 걸려들었다. 응? 고창에 이런 곳이 있었나. 웬만한 곳은 지나다니며 다 파악했는데... 식구들에게 여기 어떠냐고 보여줬더니 좋단다. 빨리 한번 가보잔다.
경운장은 일반에게 공개된지 얼마되지 않았다. 아래 글에 따르면 2023년 9월경에 오픈된 듯하다. 따라서 검색엔진에서 "고창 가볼만한곳"이나 "고창 명소"을 검색해봐도 검색 결과에 잘 나타나지 않는다. 정확히 "고창 한옥카페" 혹은 "경운장"이라고 검색해야 정보를 찾을 수 있다.
https://blog.naver.com/cosmicchung/223253224541
경운장은 고창의 동쪽 끄트머리, 월산리라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 고창읍 월산길 16 한옥카페 경운장) 따라서 국립방장산 자연휴양림(장성숲체원)이나 고창 힐링카운티에 숙소를 마련하신 분들은 고창을 오가는 길에 쉽게 방문하실 수 있으니 참고하시라.
경운장 정문의 모습은 오... 심상치 않다. 반쯤 열린 정문 사이로 내부가 살짝 보이는데... 뭔가 아주 괜찮은 것들이 숨겨져 있는 듯하다. 아래는 경운장 정문 앞에 서있는 입간판. 그런데... 나만의 생각일까? 경운장 입구와 입간판의 모습에서 웬지 정선 하이원의 운암정 분위기가 난다. ㅎㅎ
2023.10.09 - [유니크베뉴 여행] - 하이원 운암정의 변신! 멋진 한옥 인생샷 카페. 하이원 불꽃쇼 감상은 덤
들어서자마자 펼쳐진 경운장 뜰의 모습. 생각보다 규모가 대단하다. 물론 하이원 리조트에서 작정하고 지은 저택, 운암정의 크기에 비할 수는 없다. 그러나 어림잡아 최소 500평 이상에서 크게는 1000평 가까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아래는 정문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보이는 모습. 비가 와서 그런지 파라솔을 다 접어 놓았는데... 화창한 날에는 자리를 잡고 시원한 수정과나 오미자차를 마셔도 좋을 듯하다.
아래는 차를 주문하는 한옥 건물의 왼쪽 뒤켠에 자리한 작은 뜰의 모습. 아이들이 놀 수 있게 모래사장을 마련한 듯하다. 그리고 아기자기 예쁜 조명들을 밝혀 놓아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종합해서 비교해보면... 경운장의 한옥들은 소박하고 또 소담스럽다. 한정식집으로 사용하기 위해 지은 운암정에 비해서 확실히 덜 화려하다. 실제로 사람이 살던 한옥을 리모델링해서 한옥카페로 오픈한 느낌. 이 정도 규모의 한옥에 살던 사람은 도대체 누구일까. 고창에서 대대로 큰 벼슬을 했던 집안의 자손이 아닐까? ㅎ
경운장(耕雲莊)이라는 택호(宅號)의 뜻은 '구름을 쟁기로 가는 곳'이란다. ㅎㅎ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으나 신선들이 구름 위에서 농사를 짓는 모습을 떠오르게 만든다.
아래 사진처럼 경운장의 잔디밭은 관리가 정말 잘되어 있다. 조금만 관리하지 않는다면 금방 정글로 변할 것 같은 규모. 정원사가 매일 관리하지 않을까 싶다. 디딤돌 끝에 보이는 한옥이 바로 실질적인 한옥카페. 주문하고 있는 막내와 와이프의 모습이 보인다.
주문을 마친 우리는 '농악'이라고 이름 붙여진 방으로 안내를 받았다. 고풍스럽고 아늑하긴 했다만... 방안에만 있기에는 비내리는 한옥의 바깥 풍경이 너무나 매혹적이었기에... 우리는 툇마루로 자리를 옮겼다.
하늘에서는 굵은 빗방울이 계속 떨어진다. 처마에 모인 빗방울은 연신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경쾌한 소리를 낸다. 어디선가 상쾌한 바람이 불어오는데 오월이라 춥지 않고 시원하게 느껴진다. 카페에서 틀어놓은 퓨전국악 소리와 경쾌한 빗소리가 어우러진다. 가끔 옆방 여자분들의 수다 떠는 소리가 묘하게 섞이는데... 거슬리지 않는다. 정감있게 느껴진다.
주문한 아이스 오미자차를 한모금 마셔본다. 맛있고 상큼한데... 순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고창인데... 왜 나는 복분자가 아닌 오미자를 주문한걸까? ㅎㅎ
경운장에 오기를 정말 잘 했다. 비오는 날, 한옥 툇마루에서 차 한잔 마시는 일이 이렇게 운치있을지 상상도 못했다. 고창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기쁘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겠지만 다시 고창을 방문하게 되면 꼭 다시 경운장을 찾을 듯. 한옥카페 경운장, 고창 가볼만한곳으로 강력히 추천한다. 포스팅 모두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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